점주 뒤에 숨은 본사, 치킨 마니아를 호구 만들다
2025.11.29 14:54
점주 뒤에 숨은 본사, 치킨 마니아를 호구 만들다【자율가격제 강요하는 치킨공화국】
육계값 내려도 가혹한 매장 납품 물대는 그대로
벼랑 끝 점주들, 배달앱 주문 가격 인상 ‘고육책’

‘1주1닭이 국룰’이라는 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전국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647개이고, 가맹점포는 2만9711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은 1년에 1명당 26마리(2023년)의 닭을 먹어치웠다. 이런 치킨 공화국에서 불분명한 것은 치킨의 정확한 ‘가격’이다. 같은 브랜드의 치킨이라도 매장에서 먹을 때, 전화로 주문할 때, 배달앱을 통해 주문할 때 소비자가 치르는 값은 각각 다르다. 육계값이 내려도 치킨값은 오른다. 치킨 마니아인 당신이 자칫 ‘호구’가 될 수 있는 구조다.
본사 이익 크게 느는데 못 버티는 점주들
최근 ‘치킨 브랜드 3대장’ 중 한 곳인 교촌치킨 점주들이 ‘자율가격제’를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는 본사가 정해준 ‘권장소비자가’를 따랐지만, 이제는 점주들이 각자 자율적으로 치킨 가격을 정해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교촌 점주들은 배달앱 기준 콤보·순살류의 가격을 2천원씩 인상했다. 이런 상황은 교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비에이치시(BHC), 굽네치킨, 처갓집양념치킨, 네네치킨 등도 매장 가격보다 배달앱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고 있다.
2025년 11월19일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치킨의 주원재료인 육계의 프랜차이즈 납품 가격은 2023년에 견줘 2024년 평균 7.7% 하락했다. 9호 이하 닭이 8.6%, 10호 닭이 6.7%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육계 가격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치킨업계는 가격을 인상했다. 비비큐(BBQ)와 교촌은 2023년 4~5월, BHC는 2023년 말 치킨 가격을 품목에 따라 500~3천원까지 올렸다. 육계 가격 하락으로 매출원가율이 감소하면서 7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2023년 대비 2024년 영업실적도 상향곡선을 그렸다. 특히 굽네치킨과 BBQ는 2023년 대비 2024년 영업이익이 각각 59.8%, 41.4% 증가했다. BHC와 페리카나도 11.2%, 6.3% 늘었다.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매출원가율이 오히려 하락하고 영업이익은 증가했는데도 점주들이 ‘자율가격제’를 통해 배달앱 판매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하는 까닭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억울하기만 하다. 서울에서 교촌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ㄱ씨는 “닭은 내가 튀기는데, 돈은 본사와 배달앱이 버는 구조가 문제”라고 했다. ㄱ씨 설명에 따르면,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배달앱을 통해 팔았을 때 점주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4천원 남짓이다. ㄱ씨는 “본사가 공급하는 육계가 종류별로 다르지만 평균 6천원, 상자 등 일회용품 1천원, 소스·절임무·튀김기름 등이 3천원 가까이 돼 1만원이 나간다”며 “여기에다 배달비 3400원에 배달앱 결제대행 수수료(3.3%), 중개수수료(6% 남짓) 등이 빠지면 정산 금액은 4천원이 조금 넘는다. 인건비·가게운영비 등 고정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 순익은 10% 남짓인 2천~2500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외식업 평균의 2배 넘는 차액가맹금
이는 대부분의 치킨 브랜드에서 비슷한 상황이다. 푸라닭을 운영하는 점주 ㄴ씨의 ‘매장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 대비 원부자재비(물대)가 50.2%, 배달앱 배달비가 약 10%, 배달 수수료가 8%, 배달앱 광고·판촉비가 3.5%를 차지했다. 2만원짜리 치킨을 한 마리 팔았을 때 본사와 배달앱이 떼어가는 돈이 72%나 됐다.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며 ㄴ씨가 얻은 이익은 한 달에 고작 350만원 남짓으로, 전체 매출의 12% 정도였다. ㄴ씨는 “이 같은 구조에서 본사는 물대를 낮춰주는 양보를 하지 않으면서 다른 브랜드가 시행 중인 자율가격제를 막고 있다. 점주만 죽어나는 꼴”이라며 “공급가 500원짜리 콜라조차 고객에게 서비스할 수 없다. 폐업도 힘드니 배달 알바를 뛰며 ‘남의 닭’ 배달을 하는 점주들까지 있다”고 호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5년 4월 발표한 ‘2024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를 보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차액가맹금은 한 점포당 3500만원으로 외식업 전체 평균인 2300만원에 견줘 1.5배 정도 높았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원재료·부자재 등 필수 물품을 납품할 때 적정 도매가보다 더 얹어서 받는 금액을 일컫는다. 치킨업계의 차액가맹금은 간식용 주요 메뉴로 경쟁 관계에 있는 피자(2100만원)나 제과제빵(2300만원)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매출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 역시 치킨이 제일 높았다. 치킨 가맹점의 평균 연매출액은 3억1200만원인데, 차액가맹금 비율은 8.6%였다. 이는 커피(6.8%), 제과제빵(5.7%), 피자(5.0%)보다 높으며, 외식업 평균(4.2%)의 두 배가 넘는 정도다. 또한 1년 전 8.2%에 견줘서도 0.4%나 뛴 수준이다. 즉 점포당 매출이 높아질수록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져가는 돈이 늘고, 이 돈의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결국 점주들이 애써도 돈을 버는 건 본사다. 교촌치킨의 경우만 봐도 정보공개서(2024년)상 필수품목이 100개가 넘는데, 이를 모두 본사를 통해 사도록 강제해 차액가맹금 규모를 늘리는 것”이라고 짚었다.
과도한 차액가맹금 수취에 지친 점주들은 본사를 상대로 잇달아 소송에 나서고 있다. 치킨업계에서는 교촌, 푸라닭, BBQ, BHC, 굽네, 처갓집양념치킨, 지코바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에 돌입했다. 굽네치킨 점주 ㄷ씨는 “오죽하면 본사에 찍히는 걸 각오하고 소송에 나서겠느냐. 육계 공급가 변동 정책을 시행 중인 굽네의 경우, 현재 염지한 육계 공급가가 판매가 대비 50%를 넘어 60%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점주들, 비난 감수하며 자율가격제 선택
본사와의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없는 상황에서 배달앱의 배달비·수수료 횡포가 심해지자 점주들은 결국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제12조를 들고나왔다. 해당 조항은 가맹점주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여기엔 상품(또는 용역)의 가격 등을 구속·제한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점주들이 자율가격제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는 조항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12월 “BHC 본사가 가맹점주의 배달앱 가격 결정을 통제한 것은 부당하다”며 경고 처분을 한 바 있다.
이 조항은 사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사문화된 조항이었다. BBQ 점주 ㄹ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군부대 안 매장 등에서 치킨값을 더 비싸게 받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뭇매를 맞곤 했던 것처럼 본사의 가격 통제를 당연한 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운영난에 처한 점주들이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라도 덜겠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조항을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자율가격제는 현실에선 배달 플랫폼에서만 대다수 점포가 동일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려 받는 ‘이중가격제’(플랫폼 가격제)로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이중가격제로 인한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매장 가격 2만원에 배달앱 가격 2만3천원인 치킨을 두 마리 주문한다고 할 때 매장에서 사 먹는 소비자는 4만원, 매장에 전화로 주문하는 소비자는 4만3천원(배달비 3천원 가정), 배달앱에서 주문하는 소비자는 4만6천원을 부담하게 된다. 현재 배달앱 판매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치킨업계 사정을 고려하면, 대다수 배달앱 주문 소비자는 많이 먹을수록 부담을 더 떠안는 구조다. BHC 점주 ㅁ씨는 “배달앱 업체들은 ‘무료배달’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으나 소비자는 결국 많이 주문할수록 2배, 3배의 배달비를 부담하는 불합리한 구조”라며 “본사는 점주들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이득만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ㅁ씨는 이어 “배달앱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온라인플랫폼법이 통과되는 것이 궁극적 해법이지만, 정치권의 움직임이 더디니 점주들이 비난을 감수한 고육책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사가 나누지 않는 부담, 결국 소비자가 ‘봉’
이에 대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BHC 본사 관계자는 “그간 정부의 물가 안정 협조 요청과 브랜드 통일성 유지를 위해 점주들을 설득해 권장소비자가를 유지했지만, 가맹사업법 위반이라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며 “치킨업계가 함께 배달앱에 대항하라는 요구가 있는데, 그런 행위를 하다가는 자칫 ‘담합’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강변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한겨레21에 “영업이익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점주들의 부담을 나눠 지고 가격 인상 요인을 억제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며 “배달 수수료 등을 핑계 삼아 본사가 이중가격제를 방관 혹은 허용하고 있는데, 쿠팡·배민보다 수수료율이 현저히 낮은 땡겨요에서도 이중가격제를 시행하는 것만 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센터는 이어 “이중가격제에 대한 법적 정당성과 별개로 최소한 배달앱과 매장 내의 가격 차등 판매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고지해 소비자가 혼란을 겪거나 합리적 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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